문화 속으로 사진 한 장으로 세상을 말하다,
퓰리처상과 라이프지

1911년, 미국 저널리즘의 대가 ‘조지프 퓰리처’가 타계했습니다. 그는 독일계 신문이었던 베스틀리체 포스트의 말단 기자로부터 시작해, 전미 발행 부수 1위 신문 ‘뉴욕 월드’를 거머쥐기까지에 이르렀던 인물입니다.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제조되었지만 미국까지 운반하고 재조립할 비용이 없어서 고전할 당시, 이를 미국에 옮겨 와 뉴욕항에 세운 것도 뉴욕 월드의 사주인 퓰리처의 모금 활동 덕이었죠. 생전에도 대단한 업적을 달성한 퓰리처는 오늘날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사진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저널리즘계의 노벨상, ‘퓰리처상’이 바로 그의 유산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세상 곳곳을 조명하는 포토 저널리즘계의 노벨상, ‘퓰리처상(Pulitzer Prize)'

퓰리처상은 조지프 퓰리처의 유산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그해 저널리즘에 기여한 미국 언론인에게 주는 상으로 1917년 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퓰리처상은 저널리즘뿐만 아니라 문학적 업적과 명예, 음악적 구성에서 가장 높은 기여자라 꼽히는 사람에게 돌아가는데요. 언론 14개 부문, 예술 7개 부문에 걸쳐 상이 수여 되고, 그 권위가 높아 기자들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리고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언론에서의 ‘특집사진’ 부문입니다. 국내에서도 여러 번 퓰리처상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 여러 번 개최되어 잘 알려져 있기도 한데요. 실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들은 정치나 중요한 사건, 혹은 사회적으로 주목이 될 만한 사건과 장면을 생생히 포착하여 전 세계에 전함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 <The soiling of Old Glory>
  • <At Greenwood Elementary, Mark Stewart, 8, seated, exchanged introductions with a new classmate, Darrel Hughes, also 8>

1976년 ‘스탠리 포먼(Stanley Forman)’이라는 사진작가가 포착해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 ‘The soiling of Old Glory’는 자유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성조기가 인종 차별로 인한 혐오 도구로 변한 것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전 세계로 하여금 인종을 왜 차별하는지, 왜 타고난 피부색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시사점을 던져주었는데요. 이와 반대로 1975년 퓰리처상을 받은 ‘마이클 코어스(Michael Coers)’는 미국의 ‘인종 간 통합교육’이 결정됨에 따라 흑인과 백인이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 후 사진 한 장으로 사회로 하여금 과오를 범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해 가을, 새 학기가 시작되고 루이빌의 9만여 명이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새로운 학교로 향해 새 친구를 만나는 시간이 찾아왔는데요. 백인부모의 시위와 흑인 지역에서 오는 버스가 늦어져 대부분의 아이들이 제시간에 등교하지 못해 교실이 텅 비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교실을 처음 찾아온 피부색이 다른 두 아이는, 옅은 미소를 띠고 악수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기심과 화로 가득 찬 어른들의 모습을 뒤로 한 채요.

삶(LIFE)이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여정

그리고 퓰리처상만큼이나 포토저널리즘으로 유명한 잡지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라이프(LIFE)’지입니다. 라이프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임(Time)’지를 창간한 헨리 루스가 만든 사진 잡지인데요. 당시 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와 맞물려 전쟁의 현장이 담긴 사진으로 많이 알려진 라이프지는 ‘살아있는 역사서’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2013년 개봉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는 주인공인 ‘월터 미티’가 16년째 라이프지에 근무 중인 설정을 통해 권고사직을 앞두고 마지막 호 발간을 위해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넘나드는 환상적인 모습을 담기도 했죠. 영화 속 라이프지의 모토는 이러합니다. 이 모토는 실제 헨리 루스의 잡지 창간 당시의 발간사를 영화적으로 각색한 것이라고 하네요.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to draw close,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this the purpose of ‘LIFE’.

<V-J Day in Times Square>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기념하기 위해 수천 명의 인파가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모여 기쁨을 만끽하던 도중, 한 해군 병사가 지나가는 흰 유니폼을 입은 간호사를 움켜잡고 키스를 나누었습니다. 이 작품은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Alfred Eisenstaedt)’가 엉겁결에 촬영한 사진인데요. 이 사진은 라이프지의 표지를 장식한 것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사진으로 꼽힙니다. 그는 이 사진의 촬영 비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해군 병사 한 명이 모르는 이들을 붙잡고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3미터 정도 거리에서 무한대로 초점을 맞춘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었고 무작정 그의 앞으로 달려갔다. 나는 그가 흰색의 무언가를 붙잡을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몰랐다. 마침내 그들은 내 앞에서 그 유명한 키스를 하였다. 나는 셔터를 다섯 번 눌렀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순간은 삶이 마감할 그 순간까지 계속될 사진 촬영입니다. 퓰리처상과 라이프지로 바라본 이 멋진 사진 작품들은 사실, 인간을 대표해 그 삶의 소명을 밝히려는 하나의 수단일지도 모르죠. 오늘의 나는 어떤 사진을 찍을지, 지난 나의 삶을 대표할 수 있는 사진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분명 그 사진을 따라가다 보면, 앞으로의 삶의 지표도 더욱 분명해질 것입니다. 여러분의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도요.

NRF한국연구재단
  • 대전청사 : (34113) 대전광역시 유성구 가정로 201 | TEL 042-869-6114 | FAX 042-869-6777

    서울청사 : (06792) 서울특별시 서초구 헌릉로 25 | TEL 02-3460-5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