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문화콘텐츠와 인문예술이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한국외국어대학교, BK21플러스 에스닉 코리아타운 도시재생 전문인력양성사업단 단장 이종오 교수
이 종 오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BK21플러스 에스닉 코리아타운
도시재생 전문인력양성사업단 단장

인류 문명의 역사는 곧 ‘도시화’의 역사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이웃이 되고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온 역사는 자그마치 6천 년에 이른다. 도시 인구는 완만하게 증가해왔고 산업혁명 시대까지만 해도 인류의 10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갈수록 성장세가 빨라져서 지금은 인류의 절반 이상이 도시를 배경으로 살아간다.

주민 간 갈등과 경제적 활성화 문제의 해결책, 도시재생

도시는 거대한 군집을 이루는 생명체와 같다. 탄생하고 성장해서 쇠퇴하다 결국 소멸하는 순서를 밟는다. 그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도 나타난다. 성장 단계에서는 너무 빠른 도시화가 진행되느라 주거 공간이 부족해지고 갈등이 발생한다. 쇠퇴 단계에서는 생산인구가 빠져나가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유휴공간의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와 세계의 대도시 상당수는 성장에서 쇠퇴로 옮겨가는 중이라서 주민 간 갈등과 경제적 활성화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다.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은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도시의 번성했던 모습을 되찾는 작업이다. 인프라 구축 중심의 도시개발이 성장기 이후 도시재개발로 이름을 바꾸고 이제 침체기를 맞이해서 도시재생이라는 기치를 내거는 동안 도시의 물리적인 측면과 시각적인 효용만 중시되어왔다. 그러나 도시는 단순히 인프라가 집결된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인간이라는 또 다른 축으로도 살펴봐야 하는 복합적인 존재다. 도시 곳곳에는 역사의 흐름을 거치며 켜켜이 쌓인 퇴적물로서의 유적과 유산이 산재해 있으며, 도시의 거주민과 활동인구는 저마다 다른 집단과 계층에 속한 채 협업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면서 역동적인 스펙트럼을 만들어낸다.

도시재생에 공생과 소통을 더하다

우리나라는 인종 갈등과 종교 갈등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갈등지수(SCI)가 매년 세계 최상위로 측정된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또 드러내는 ‘정체성’의 측면을 고려하지 않으면, 갈등과 반목으로 인해 낭비되고 고갈되는 도시의 활력과 에너지를 온전히 지키고 되살리기가 어렵다. 타인의 정체성은 거부하고 자신의 정체성만을 강조하는 현상으로 인해 매년 낭비되는 사회비용 또한 수조 원을 넘는다는 분석이다.

성장기의 도시개발은 차별과 분리라는 배제(exclusion)의 방식을 동력으로 삼았다. 남들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살면서 남들보다 좋은 전망을 누리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쇠퇴기에 접어든 지금의 도시재생은 공생과 소통이라는 포용(inclusion)의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남들과 분리되기 위해 쌓았던 담장을 허물고, 잊고 지내던 이웃들과 공유 활동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혁신적 포용국가’의 비전을 내세움으로써 사회통합과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면서도 혁신능력을 배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상황이다.

‘에스닉’이라는 표현은 도시 바깥에서 낙후된 삶을 살아가는 특정 민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도시 스펙트럼 안에서 뒤엉켜 살아가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서로를 구분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해외로 이주한 한민족은 세계의 대도시 속에서 코리아타운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다. 우리나라의 대도시 또한 해외에서 이주해온 사람들과 타지에서 이사를 온 사람들이 뒤섞여 컬러풀한 에스닉 지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에 본 사업단은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라는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향후 문화예술 기반의 포용적 도시재생 분야에서 활약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BK21플러스 사업의 지원 덕분에 학생들도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성장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 재학 중에는 문화콘텐츠와 인문예술의 가치와 역할을 고민하며 국내 및 해외의 학술대회에 참가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저명 학술지에 결과를 게재해왔으며, 수료 및 졸업 후에는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역의 도시재생센터로 진출해 현장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또한 해외 출신 유학생들에게도 학업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전 세계와 각 지역이 공통적으로 겪는 에스닉 충돌의 문제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게 하고, 사회에 진출해서는 국제적인 활동 네트워크를 구축해 연계와 연대를 계속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세계인의 사랑과 부러움을 받는 지금 시대에 우리가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배제가 아닌 포용의 정신이다. 도시재생에 있어서도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하드파워의 개발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와 인문예술에 기반한 소프트파워 중심의 영향력을 키워야 할 때다. BK21플러스 사업으로 학과와 학교의 발전을 이룰 수 있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후의 후속 지원 사업에서도 문화예술콘텐츠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과 역량 강화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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