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BK21플러스 사업이 나아가야할 길

백종범 교수

백 종 범 교수

울산과학기술원 META-신소재 기반 융·복합형 에너지 변환 및 저장 기술 개발 사업단 참여교수

한 분야를 오랫동안 파고들면 깊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세상을 보는 안목이 좁아져 진행하고 있는 일과 연구가 혼자만의 즐거움에 머무를 떄가 많기 떄문이다.

본 사업은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숲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해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햇빛을 비추면 그림자도 드리우듯, 눈부신 성과 달성 과정 이면에는 개선되어야 할 점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면, 획일화된 사업단 운영 규정이 각 사업단이 지닌 특수성을 반영한 융통성을 지니고 있느냐는 문제 등이 그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었던 울산과학기술대학교는 2015년 하반기에 울산과학기술원(이하 과기원)으로 전환되면서 BK21플러스사업에서 지원되었던 학생인건비가 사라졌다. 과기원은 모든 학생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갖춘 환경에서 공부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부의 재원조달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 Build-Transfer-Lease)방식으로 설립 되어, 민간기업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연간 일정액 이상의 수익을 보장해야 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고 이를 위해 학생들이 학교시설을 이용하는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높은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 연구재단과 같은 연구비지원 기관과 기업을 바쁘게 오가며 연구비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고, 학생들은 심도 있는 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연구과제의 목표달성을 위해 단기간에 숙성되지 않은 연구를 진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BTL사업으로 비교적 비싼 기숙사 비용과, 식욕 왕성한 젊은 학생들이 먹기에는 질 낮은 한 끼 식사비용으로 비싼 식비를 지불해야하는 부당함을 감내해야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인건비 지원이 끊긴 본교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창의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지 의문이다. 물론, 이는 BK21플러스사업을 하지 않는 쪽에서 보면, 배부른 자들의 아우성쯤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 주도적으로 창의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어야,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젊은 인재로 성장 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현행 BK21플러스사업의 운영방식이 우수한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의 취지에 맞는 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렇듯 필자뿐만 아니라 재단을 향한 각각의 사업단들의 건의사항이나 개선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70년대부터 산업의 부흥을 이끌던 울산도 정체기에 다다라 미래를 대비할 때가 왔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연구 분야도 양적 성과가 아닌 질적 성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재단 및 정부는 적극적으로 귀를 열고 사업단간의 소통을 활발히 하여 유연하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길 희망한다. 필자가 대학원생이던 시절보다 지금의 학생들이 나은 환경에서 연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BK21플러스사업이 학생들에게 연구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 시작된 7년간의 여정 중 결산의 단계로, 나머지 기간을 잘 마무리하여 544개의 사업단에 속한 인재들이 이제 국가 발전에 참여하여, 국민들께 보답할 때가 왔다.

지난 5년간의 성과들을 돌아보면 타 사업들과 비교하여 성공적인 투자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는 이렇게 양성된 우수한 인재들을 관리하고, 그들이 어떻게 올바르게 사회로 진출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때이다. 쉴 틈 없이 달려온 지금, 앞으로 재단과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교류로 현장에서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재정비의 시간을 거친다면 추후 좋은 본 보기가 될 인재양성사업으로 평가받을 것임은 물론, 더 낳은 새로운 사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