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단

지은구 교수

계명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소장 겸 BK사업단 단장

BK 사업에 대한 단상

처음 BK 사업을 신청하기 위하여 며칠을 밤새워가며 계획서를 작성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사업에 선정된 지 어느덧 4년 6개월이 지났다. 처음 사업에 선정될 당시 본 사업의 취지 즉, BK 사업이 ‘학문후속세대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여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던 일들이 생각난다. 사업단을 이끄는 단장으로서 본 사업단이 설정한 비전 즉, ‘지역사회를 통합으로 이끌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자격증취득을 위한 대비 및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사업 등을 기획하였지만 곧, 본 사업이 장학사업이고 가장 중요한 성과가 결국 학생들과 참여교수들의 업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BK사업 중간평가를 앞둔 약 1년 전 쯤 이었던 같다.

당초 본 사업단은 참여학생들의 연구역량강화를 위한 사업보다 인재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사업개시 2년 정도는 인재양성을 위한 사업을 계획하고 주로 교육 및 교류협력사업을 시행하였지만 중간평가를 다시 하여 기존 사업단을 재정비한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성과 즉, 학생들의 연구업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던 기억이 별로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물론 BK 사업이 대학원학생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견줄 수 있는 지적능력을 가진 Brain Korea를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그리고 지방대학의 대학원을 특성화하여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사업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의 성과는 본 사업단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업단에서도 어느 정도 이루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4단계로 진입하게 될 BK사업의 발전적 도약을 위해 몇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점들에 대해 지적해보기로 한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점들은 지방사립대학에서 사업단을 이끄는 단장의 의견으로 치부하여도 좋다.

먼저, BK사업이 과연 서울의 SKY대학과 카이스트 같은 지방 명문대에게 합당한 사업인가? 라는 점은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BK사업의 선정과 재선정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수는 결국 졸업한 또는 기존 학생들과 참여교수들의 연구업적이다. 국내를 포함하여 국제학술대회에서 지방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들이 연구논문을 발표하도록 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결코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 6개월에서 국제대회인 경우는 1년 이상의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특히 연구논문을 발표하기 위한 연구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준비 작업까지 합하면 최소 2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는 곧 명문대학과 지방대학 학생들의 질적 수준의 차이가 사업단의 성과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준다. 참여교수들의 노력이 같다고 한다면 질적 수준이 높은 학생들이 더 많은 사업단이 더 좋은 연구업적을 낳는다는 것은 명확한 진실이다. 이는 곧 학생들의 취업과도 연결이 됨으로 BK사업의 서울명문대학과 일부지방명문대로의 쏠림현상은 미래진행형이 될 것이다. 이는 곧 정부지원금을 많이 타지 못하는 지방대학 대학원의 고사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대학 간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과연 정부는 지방대학원을 고사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원이 튼실하지 않은 많은 지방대학의 경우 정부지원금은 매우 절실하며 이를 위하여 지금과 같은 성과중심주의의 무리한 사업진행이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점은 반드시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 학문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학문후속세대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방대학 대학원의 특성화를 통한 발전을 위해서는 일회적인 투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 그리고 일괄성있는 교육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BK사업 자체의 성격 역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부분의 사업단은 연구업적 외에 사업단이 성취하려는 중요한 목적이 있다. 사업단이 성취하려는 목적은 BK사업이 7년 사업임으로 2년 기초, 3년 진입 그리고 2년 결산 등의 단계로 구분되어 진행된다. 본 사업단도 사회통합인재양성이라는 본 사업단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여왔다. 하지만 BK사업은 초반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중간평가를 통해 사업단을 재정비한다. 이는 곧 사업단이 중간평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취하려는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사업보다 연구업적에만 몰두하도록 하는 폐단을 가져다준다. 대부분 사업단이 성취하려는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계획서를 작성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노하였지만 계획서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고 단순히 업적이 강조되어 중간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사업단이 중간평가에서 탈락하는 경우와 끝가지 살아남아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사업단 자체의 목적보다 단순 업적중심의 사업에만 치중하도록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BK사업은 2020년 이후 새로운 4단계사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동안 BK사업으로 많은 학생들이 진취적인 사고를 갖고 도전적으로 학문에 몰입하도록 하여 여러 학문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대학간의 균형있는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과 업적이 강조되는 것 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와 내실있는 사업설계가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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